'빼빼로데이'가 생각났다면 당신은 한국인입니다. 그런데 "광군제"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아마 중국인이거나 중국문화에 길들여진 사람일 것입니다.
한국에서 11월 11일은 의심할 여지없이 빼빼로데이죠. 저는 과자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날만되면 저도 모르게 슈퍼로 가 빼빼로 과자를 사들고 나옵니다.
11월 11일을 가래떡 데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가공식품 대신 우리 농산물을 소비하자는 취지에서요. 아무쪼록 우리나라에서 11월 11일은 길쭉하게 생긴 뭔가를 먹는 날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1을 보는 시선이 우리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11월 11일은 일렬로 늘어놓으면 1111입니다. 중국인들은 이 모양을 외롭게 서 있는 솔로들 같아 보였나봐요. 이 날이 되면 솔로들끼리 모여서 솔로 축하 파티를 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빼빼로데이가 공식 기념일이 아닌 것처럼 광군제도 현대에 생겨난 문화현상으로, 비공식 기념일이에요.
그렇다면 '광군제'는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한자로는 光(빛날 광), 棍(몽둥이 곤), 節(마디 절)이라 씁니다. 우리나라 식으로 읽으면 광곤절인데 중국식으로 읽으면 광군제입니다. 節(절)은 계절, 광복절, 개천절 할 때 그 '절'이다. 棍(곤)은 곤장, 쌍절곤 할 때 '곤'자로 1이 막대기 같아서 붙인 것이에요.
그렇다면 앞에 光(광)은 뭘까요?외롭고 처량해 보이는 '솔로'의 처지를 애써 위로하기 위해 붙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빛이 나는 솔로'처럼요.
광군제는 중국에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변모되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 타오바오 등 중국의 쇼핑 플랫폼이 "혼자라고 우울하지 말고 쇼핑하고 스트레스 날리세요"라는 식으로 솔로들을 위한 할인 행사를 기획했거든요.
그렇게 시작한 마케팅이 이제는 1년에 한번 열리는 쇼핑 대축제가 된 것입니다.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중국계 플랫폼뿐만 아니라 쿠팡에서도 매년 11월 11일 무렵에 광군제 세일을 엽니다.
중국 쇼핑 플랫폼의 한국 이용자 수는 매년 치솟고 있습니다. 올해 4월 뉴스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자상거래 앱은 1위가 쿠팡, 2위가 알리, 3위가 테무입니다. 그렇기에 더 이상 한국인에게 광군제는 낯설지 않은 행사입니다.
11월 초에 열리는 이 할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평소 눈여겨보던 제품들을 장바구니에 미리 담아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전제품, 전자기기 등 가격대가 높은 상품들이 특가로 풀려 평소 눈여겨봐 두었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득템 할 수 있거든요. 미리 장바구니를 준비해 보는 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