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우리 집에 감기가 휩쓸고 지나갔을 때 나는 혼자 멀쩡했다. 역시 정신이 신체를 지배하는 거야! 라며 괜한 뿌듯함을 느꼈다. 경솔함에 취하고 며칠 뒤에 인후통을 겪었다. 정도는 가벼웠지만 감기 병균이 몸에 침입했다는 건 알았다.
인후통이 가라앉고부터는 생소한 두통이 생겼다. 굉장히 미세한 통증이었는데 여지껏 겪어보았던 두통과는 다른 종류였다. 피부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아픈 여드름에서 느껴지는 듯한 통증이었다. 누전되는 전기방석에 살을 대고 있는 것처럼 은근히 전해오는 아픔이었다.
그 요상한 두통을 인지했을 때 왼쪽 귀에 강한 통증을 겪었다. 압력이 차면서 아주 높은 음의 삑- 소리가 났다. 1초 2초 정도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괴로운 현상이었다.
몸도 무거워졌다. 요가를 하고 스트레칭을 해도 척추가 눌려있는 느낌이었다. 걸을 때에도 몸통이 무거워 침대에 드러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목과 발목에도 통증이 느껴졌다.
이런 컨디션 난조를 일주일 넘게 겪었다. 2주였나? 그런 것 같다. 그러다 저번주 주말 참을 수 없는 두통이 발발했다. 눈과 콧대 안쪽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았다. 콧물이 뒤로 넘어가는 느낌도 있었다. 결국 이비인후과에 갔다.
왼쪽 코가 조금 부어있었다. 그 외에 이상은 없다고 했다. 귀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했더니 의사가 말하길 후비루, 두통과는 연관은 없지만 청력이 떨어진 걸 수도 있으니 이명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방음이 된 작은 부스에 들어가 헤드셋을 끼고 이것저것 테스트를 했다. 테스트 결과 이상이 없었다. 청력은 아주 좋았다.
약을 처방 받았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 코가 부어서 두통이 생긴 걸 수도 있으니 부기를 가라앉히는 약, 진통제 등. 그리고 이명 치료로 쓰이는 스테로이드 약도 처받 받았다. 이명은 아니지만 5일만 먹어보라며 의사는 처방했다.
진료받은 날 약을 먹었는데 효과가 굉장히 좋았다. 지나칠 정도였다. 몸의 배터리를 갈아 끼운 것 처럼 컨디션이 즉각 좋아졌다. 기분도 업되어서 의지가 충만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4일간 약을 먹었다. 5일 치 처방을 받았는데 약이 너무 독한지 먹을수록 얼굴이 노래져서 4일까지만 먹고 그만두었다. 현재 후비루, 관절통 등 대부분의 증상은 없어졌다. 다만 그 미세하고 기분 나쁜 두통은 여전히 느껴진다.
진료비가 40,500원이 나왔는데 실손 보험 청구를 해서 30,500원을 받았다.